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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백(百)의 그림자 - 황정은 / 민음사 책 리뷰

백의 그림자

느낌이 참 따뜻하다.
무언가 꿈꾸는 듯한, 그렇지만 또 우리 일상인 듯한
그 지점에 서 있는 작가의 세계관이 갈수록 농익는 느낌이다.

딱히 장편소설이라 하기엔 좀 애매한,
시소설 이랄까? 
김영현의 <짜라투스트라의 사랑> 같은 종류의....

예전 에밀 쿠스트리차 영화들을 보면서,
비유가 뛰어난 소설 문장들을 화면으로 참 잘 가지고 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황정은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마술적 리얼리즘 영화들을 참 이쁘게 소설화 시켰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튼, 이 작가만의 이쁘고 몽환적인 세계가 계속 무럭무럭 자라나길,
그리고 다음 '장편소설' 에선 조금만 내러티브에 신경 써 주시길....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이 책의 한 문장 느낌이 책 속의 작품 해설에 있길래 인용한다 -

"이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들의 선량함을 대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를 묻는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그저 좋은 사람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책 리뷰

그저 좋은 사람

이민자 예술, 문학인이 미국 혹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성을 인정 받기란
정말이지 어렵다.
심지어 그의 주제가 이민자 가족에 천착해 있다면, 이건 그냥 자기네들 이야기... 로 묻히기 쉽상이지.

실제로 예전에 한국 이민자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몇 몇 작품들을 읽어보았지만
늘 빠져 있는 것은 보편적 감성
늘 빠지지 않는 것은 본국(한국) 에 대한 향수병 따위의 감상적인 태도와
그래도 난 여기서 잘 살고 있다 식의 자족감 혹은 자기위안
등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안타까움이 듦과 동시에 질려버렸던 기억이 있다.

처음 이 작품을 대했을때도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것은
그 때의 안 좋은 기억들이 날 붙잡고 있어서였나...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그러나,
가족이라는 보편적 이야기에 이민이라는 양념을 살짝 얹은 느낌이랄까?
주인공의 이름이 아밋 이라던가 인도 지명을 언급한다거나 특히 어머니의 의상 묘사에 많이 그런 색채가 느껴지지만,
사실은 보수적인 가족 vs 그 안에서 좀 튀는 가족 구성원 의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런 이야기야 워낙 보편적이라, 아밋이 아니라 존이 되어도, 철수여도 페르난도 여도 상관이 없지 않나.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이민자 혹은 이민자 2세가 살아남아야하는 전략을 참 잘 짜신 양반이라 생각된다.

물론 라히리의 가장 큰 장점은
크지 않으면서 아주 작은, 미세한 갈등, 시간이 오래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 기억에 대한 담백한 묘사 등등이 되겠지만.




'한국 엄마'의 공적이 되려는 이재오 동감 모음

'한국 엄마'의 공적이 되려는 이재오

야당의 삽질에 힘입어 국회의원이 된 이재오가 기막힌 소리를 했다. 우선 생생한 날 발언을 들어 보자.

"내가 권익위원장 시절부터 하려 했던 건데 고용과 취업 시스팀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한쪽에선 일손이 모자르고 다른 한쪽에선 일자리가 모자라다." (순간적으로 그게 권익위의 업무였던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우선 그의 말을 계속 듣기 위해 주제를 연결해 갔다.)

- 어제 오늘 일은 아니잖은가. 대안이 뭔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에 시험을 보는데 그러지 말고 대졸이든 고졸이든 취업 인력을 지방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1, 2년 일하게 한 뒤 입사 지원자격을 주는 거다."

- 잘 안될 것 같다. 강제적으로 가라고 하면 젊은이들 난리 난다.

"봉급도 별 차이 없다. 내 애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초봉이 150만원이다. 중소기업도 160, 170만원 준다. 그런데도 대기업만 쳐다본다. 종합병원가려면 동네병원 진단부터 받아야 하듯 대기업 가려면 중소기업 의무적으로 해 보고 보내야 한다."

- 기업입장에선 채용의 자유를 박탈하는 거고 취업자 입장에선 취업의 자유를 제약하는거 아닌가.

"대기업들도 경력 있는 사람 뽑으면 좋잖은가."

그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그 다음에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 학원 보내는데 다 사회적 비용이다.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하게 해야 된다. 1, 2년 일하고. 그 성적을 갖고 대학가라 이거야. 모든 것을 이처럼 일 중심으로 할 생각을 해야 한다(일단 이 말은 책상머리에서 탁상행정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다)."

- 그런 법안을 만드실 생각인가.

"그럼 그럼 만들어야지.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어떻든 놀고먹는 애들은 없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느냐 하면 있다, 천지다. 시골 공단에 가봐라. 30명 써야 하는데 10명, 5명밖에 못쓴다. 기계가 논다."

이 발언은 당사자가 어느 정도의 사고를 가진 사람인가를 인증한 것일 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이재오가 말한 일은 죽었다 깨도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다.

왜? 한국에는 '한국 엄마'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엄마들은 자식이 대기업 시험도 못 보고 중소기업을 강제로 다녀야 한다거나, 대학 입시에 떨어진 자식이 강제로 공장이나 농촌으로 내몰려 일해야 하는 상황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이재오가 그런 생각을 법안으로 현실화하려 한다면, 이재오는 국회로 몰려온 엄마들에게 따귀를 맞고 머리를 쥐어뜯기게 될 것이다. 은평 을구의 엄마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2008년 촛불 시위 때, 나를 정말 놀라게 한 엄마들이 있다. 유모차 부대? 아니다. 전경이나 의경 엄마들이었다. 전의경 엄마들로 이루어진 모임이 인터넷 카페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엄마들은 오마이뉴스나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동영상을 지켜보며, 카페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글을 달았다. 물론 이들은 이 동영상을 보는 수많은 사람과는 정반대의 처지에서, 말하자면 경찰쪽 처지에서 이 동영상을 보았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전의경도 군 복무의 한 형태인데, 지금 엄마들은 자식을 군대 보내도 이렇게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여전히 자기 품 안에 넣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예전이라고 자식을 군대 보내놓고 내몰라라 하지는 않았지만, '내 나라 위해 떠나는 몸', 훈련소에서 울며 보내고, 며칠 뒤 돌아온 운동화짝을 들고 또 울고, 면회 가서 또 울고, 휴가 뒤 귀대시키며 또 울고, 제대한 아들 손을 잡으며 또 우는 정도였다. 지금은 통신이 발달해서인지, 군대 간 아들과의 연대가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엄마가 내무반에서 아들과 함께 사는 지경이다.

그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전의경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애정이 시위대에 대한 끔찍한 증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의 게시판은 경찰과 충돌하는 시위대를 격렬히 비난하는 글로 가득 차 있었다. 시위대가 경찰의 말을 듣지 않으면 욕설을 섞어가며 질타했으며,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 그게 물대포이든 방망이이든 주먹질이든 따지지 않고 응원했다.

이 게시판 글에서는 어떠한 논리도 설 자리가 없었다. 오로지 우리 아들들이 시위대라는 적과 맞서고 있으며, 그 적을 깨부수고 승리하기만을 염원하는 원초적 모성 본능만이 펄펄 뛰고 있었다. 이 엄마들은 시위대와 맞선 전의경들을 '우리 아들들'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원초적 본능을 조금만 벗어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내 아들은 나라를 지키러 갔는데, 왜 시위대와 맞서고 있나. 시위대가 아들의 적인가. 내 아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저 자리에 내몰린 것인가. 시위대는 왜 저 자리에서 내 아들과 맞서고 있는가. 착하디 착한 내 아들에게 폭력을 강요하는 이는 누구인가. 전의경 제도란 대체 무엇인가.

전의경 엄마들의 게시판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설 자리가 없었다. 오로지 '내 아들, 내 아들'만이 논리의 알파요 오메가였다. 따라서, 내 아들을 밤잠 못 자게 하고 괴롭히는 이들은 모두 때려 죽여 마땅한 나쁜 놈들로 묘사되었으며, 정작 중요한 더 큰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은 전의경 엄마들 중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를 자식으로 둔 엄마들의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창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을 밤잠 못자고 고생하도록 만드는 시위대가 때려 죽여 마땅한 놈들이라면, 아들의 장래를 망칠지도 모르는 생각을 정책화하겠다는 사람은 어떻게 볼 것인가. 재수하며 절치부심하는 대신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3D 공장이나 농촌에서 강제로 일하고 그 성적으로 대학을 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설령 이재오의 생각에 합리적인 구석이 있다 하더라도, 원초적 모성 본능이 최대의 논리인 한국 엄마들은 전혀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이재오는 2녀1남을 두고 있다. 2009년 5월 기사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군대 제대 후 남은 학업을 마무리했다"라고 되어 있다. 올해 7월의 인터뷰에 따르면 "아들(이OO 26)은 군복무를 하고 대학을 졸업해 함께 살고 있어요"라고 되어 있다(익명 처리는 내가 했음). 그리고 이재오의 트위터를 보면 선거 운동 때인 7월19일에 "아들놈 하나 있는데 선거에 영 도움이 안 된다. 회사 일이 더 급하다고 코빼기를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맨 처음 인용한 동아일보 기사에서 이재오는 "내 애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언급을 종합해 보면, 이재오의 아들은 제대 후 복학해 작년에 졸업한 후, 그 해 가을이나 올해 초에 대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 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1, 2년을 근무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엄마들이 이재오의 뺨을 때릴 때, 이러한 사실은 엄마들의 손에 힘을 더 실어 줄 것이다.

얼마 전에 군대 생활을 평가해서 취업에 반영하겠다는 국방부의 헛소리도 물의를 일으키다 곧 취소되었다. 이재오의 주장도 마찬가지 길을 밟을 것이다. 왜 이렇게 젊은이들 취업 가지고 이런저런 수작을 하려는 작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젊은이들이란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한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갖고 있는 집단인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에 발목이 잡혀 정책 결정자들의 노리개나 되고 있는 듯하다. 박중훈 말이 맞는 걸까. "우리나라 백수들은 다 자기가 못 나서 백수인 줄 알아요. 나라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이재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쓴 '미국 6대 규모의 자전거 대회 8위에 빛나는 이재오'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끼 - 강우석 / 정재영, 박해일 영화 리뷰




워낙 원작이 좋았고
게다가 신문에서 '연출력이 돋보인다' 라는 이야기에 - 강우석 감독 작품인데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그래서 그런지...
많이 아쉽다.

초반부에 과거를 설명해주고 시작하는 부분은 사실 마음에 들었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듯한 세트도 넘 괜찮았고
배우들은 정말 신명나게 연기했고....

그래도.....
이야기의 압축에서 오는 한계,
뭔가 많은 의미들을 둘 수 있는, 어떤 메타포적인 활용이 가능한 많은 도구들을 그냥 흘려버린 것도 너무 안타깝고
인물들의 갈등이 촘촘하지 못해서 아쉽고
결정적으로 관객을 몰아가는, 조여주는 느낌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그치만, 간만에 터져주는 한국영화라....
500만은 갔으면... 하고 응원한다.

송곳니 (Kynodontas / dogtooth) -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영화 리뷰










작년 깐느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상을 받은 작품.

이건 뭐 프랑소와 오종의 그리스 판이네. (아주 좋은 의미로)
생경한 앵글들과 낯선 설정, 캐릭터들이 그만의 이야기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이건 봐 줘야 하는 작품 목록에 충분히 들어가는,
사실 보는 동안 약간 힘들기는 하지만,
참 좋은 작품.

힘들다는 의미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는 연출 스타일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이 가족의 이야기가 현 사회의 알레고리로 완벽하게 싱크로되면서부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게 하는 힘이 있는 뜻.

작년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했다는데 왜 몰랐을까.

참고로 송곳니란 한국 타이틀은 영어 타이틀인 dogtooth의 느낌이 전혀 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음.

그의 다음 작품은 꼭 극장에서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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